2017년 6월 5일 다른 곳에 쓴 글을 옮겨왔습니다.
언니네 이발관의 마지막 앨범이 나왔다. 9년만이다.
7년의 곡작업과 1년의 레코딩 결과물이라는데, 그 사이 이석원은 육체와 정신건강을 모두 망가뜨리고, 주변 사람들까지 들들 괴롭혀서 많은 인간관계를 파탄냈다고 한다.
이석원은 그의 블로그에 이런 말을 남겼다.
알고 있다. 창작자가 열심히 하는 것 만으로는 좋은 결과물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걸. 하지만 열심 이상의 무언가를 담는다면 어떨까. 그 이상의 간절함과 그 이상의 열망과 그 이상의 책임감을 담는다면.
노력 이상의 간절함과 열망이 담긴 작품.
살면서 이런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지만, 나도 일종의 창작자인데 이렇게 살 수 있을까?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그의 글과 음악을 들으며 내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X-Japan과 요시키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We are X”가 개봉했다.
10대의 한 시절은 그들의 음악을 귀가 닳도록 들었었는데, 매 공연 요시키가 왜 드럼을 치다가 쓰러지는지 그 이유를 몰랐다. 당연히 쇼라고 생각했다.
20년이 지난 지금에야 그 이유를 알았다.
요시키는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아버지, 히데, 타이지.
자살이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상처를 주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는, 본인의 죽고싶은 마음을 음악에 담아 자신이 소멸할 때 까지 드럼을 두들겼던 것이다.
Pain doesn’t…age. After 30 years, 40 years, still the same. Everything disappears, everything fades out in this world. But feeling of the…but the pain never disappears.
세상 모든것은 소멸해도 상처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그것을 끝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스스로 죽는 것이지만, 그는 주변의 상처를 모두 끌어안고 여전히 음악을 하고 있었다.
히데와 타이지가 죽기 전 세계 진출을 원했는데 그 꿈을 이뤄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하다고. 그들과 다시 한 번 무대에 설 수 있다면 모든것을 걸 수 있다는 그의 말은 깊은 울림이 있었다.
음악을 계속 해주길 원하지만, 이제 더 이상 창작은 없다는 이석원. 더는 음악을 안하는줄 알았지만, 여전히 곡을 만들고 공연을 하는 요시키.
고통 속에서 그동안 음악을 해 온 두사람의 인생이 앞으로는 조금 평탄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